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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우울·자살 생각 여부 묻는 시스템 마련 필요
지난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우울증-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자살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와 활용방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자살에 대한 ‘오해’,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 등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을 만나 이번에 발표된 ‘우울증-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우울증·자살과 관련해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 등에 대해 알아봤다. 
 
Q. 우리나라의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예방 및 치료 환경 등은 어떠한가요?
 
A. 먼저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율은 매우 낮습니다. 몇 년 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등도가 매우 심한 우울증의 치료율이 미국은 66%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11~12%에 불과합니다. 
 
또 항우울제 사용량은 OECD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맨 뒤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며, OECD 평균 사용량의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2002년 3월에 바뀐 SSRI 항우울제 사용 기준 때문으로, 사용 기준이 변경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외 진료과 의사들은 60일 이상 SSRI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적극적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은 2022년 12월에 폐지되면서 60일 간격으로 SSRI 항우울제 반복 처방할 수 있게 돼 모든 진료과 의사들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됐습니다.
 
문제는 20여년 동안 우울증 환자 진단·치료를 하지 않다 보니까 정신건강의학과 외 진료과 의사들이 우울증을 진단·치료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는 것에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의학회, 정부에서도 일반 환자를 가장 많이 보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등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자살 예방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시키지 않아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살에 대한 대책을 논의·결정하는 ‘자살예방대책위원회’가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제외한 다른 진료과 의사는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초에 적은 수의 인원으로 자살을 예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는 우울증과 자살 관련 정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Q. 최근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우울증-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요?
 
A. 먼저 자살하는 사람들의 50% 이상이 자살하기 한 달 이내에 병·의원을 방문하는데, 이들은 자살 때문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소화 불량이나 불면증, 두통, 각종 통증 등을 사유로 방문합니다.
 
이때, 의사가 질문·상담을 통해 자살 생각 또는 자살 위험을 발견하면 쉽고 빠르게 자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자살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환자에게 우울감과 자살 생각 여부를 물어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의사들이 환자들의 자살 생각을 빨리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료전 설문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진료전 설문지’는 미국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면 나눠주는 우울증과 자살과 관련된 질문이 포함된 설문지로, 해당 설문지 작성을 통해 우울증을 갖고 있거나 자살 생각이 있는 환자를 조기 발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검사지입니다.
 
이외에도 ‘PHQ-2’라고 불리는 우울감 또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 빈도에 대해 묻는 질문과 자살 생각에 대한 질문지가 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가 체크한 ‘진료전 설문지’ 또는 ‘PHQ-2 + 자살 생각 질문’ 확인을 통해 환자에게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이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우울증 정도와 자살위험도에 대한 평가를 시행해야 하며, 이후 자살 생각이 있다면 ▲가벼운 생각인지 ▲자살의향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자살을 준비·계획했는지 등을 면담을 통해 확인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으로 진단되면 SSRI 항우울증제 등으로 치료해 우울증이 개선되도록 노력하되, 소아 청소년의 경우 항우울증제 치료 시 항우울제가 의외로 자살 생각을 조금 더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항상 심리적인 상담도 같이 병행할 것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울증의 심리적인 치료와 관련해 비교적 일반 의사들이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울증 인지행동치료’가 있는데, 우울증에 대한 인지 행동 치료의 중요한 사항으로는 ▲생각 ▲행동 ▲기분 세 가지가 있으며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생각을 부정적으로 하게 되면 우울해지고 행동도 부정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울증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게 하는 과정이 인지행동치료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집에서 나가지 않으려 하고 사람도 만나지 않으려 하는 등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혼자 고립돼 있으려 하는 부정적인 행동도 우울증을 불러오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데,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주 1회라도 영화를 보러 가게 하거나 가까운 산에 다녀오게 하여 기분을 전환시키고, 이를 통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 인지행동치료에 포함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인지행동 치료가 항우울증제 투약 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보여준다는 것으로, 적극적인 인지행동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자살에 대한 ‘오해’와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말·행동은?
 
자살에 대한 오해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잘못 알려진 자살에 대한 오해들을 살펴보면, 우선 첫 번째로 ‘자살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자살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른 잘못된 인식으로, 대개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자살하기 전에 경고나 사인을 보내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어떤 말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둘째로 ‘자살하려는 사람은 미친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생각하며, 극도의 스트레스와 감정적인 고통에 의한 절망감 속에 헤엄치다가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것일 뿐입니다.
 
셋째로 ‘자살하기로 결정한 사람의 자살을 막을 수 없다’라는 오해가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자살을 결정한 사람들 대부분은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에 대해 고민하며, 대부분 죽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넷째로 ‘자살하는 사람은 도움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자살하는 사람의 50% 이상이 앞서 말한 것처럼 죽기 전에 병·의원을 방문합니다.
 
다섯째로 ‘자살에 대한 질문을 하면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있는데, 오히려 자살 질문이 자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특히, 자살하려는 사람을 대상으로 논쟁, 비난, “비밀로 하겠다”라고 약속하는 행위, 충격을 받은 행동, 자살은 잘못이라고 말하는 행위, 문제를 고치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거나 충고하는 행위 등은 해서는 안 됩니다.
 
 
Q.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건의료 정책·제도를 어떻게 개선·강화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지역 정신건강보건복지센터와 1차 의료기관을 연계·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병·의원에서 진료할 때 간혹 자살할 의사는 없지만, 가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는 생각을 하시는 환자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들의 경우에는 현재 자살 위험성은 낮지만, 중간에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살 생각이나 자살위험은 우울증과 달리 일시적인 현상으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대응해야만 자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등도 이상의 자살위험이 있는 경우는 전문가의 감시가 필요합니다.
 
보통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락하면 센터 내 자살 예방 전문 인원들이 환자와의 연락 등을 통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게 됩니다.
 
문제는 자살 생각이나 우울감이 있을 때 정신건강의학과나 지역 정신건강보건센터에 의뢰를 해도 환자가 안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신체 질환을 살피는 주치의한테는 환자들이 찾아오거든요? 
 
특히, 환자에게 우울장애·자살생각 등이 왔을 때 처음 1·2주가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주치의가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같이 우울감·자살 생각이 있는 환자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를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뢰했을 때에 해당 환자가 제대로 갔는지, 제대로 관리와 치료를 받고 있는지 같이 살펴야 합니다.
 
 
수가 개선도 필요합니다. 
 
우울증 또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환자를 보는 데 있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나, 현재 우울증 환자를 볼 때에는 적용돼야 하는 상담료와 인지행동치료에 대한 수가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비정신과 의사들이 수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우울증의 경우에는 ‘우울증 선별도구(PHQ-9)’가 있고, 우울증 환자들의 70%는 불안장애가 동반되는 점을 고려해 수가가 적용되는 불안증을 평가하는 척도가 있습니다.
 
또, 자살을 생각하는 환자에 대한 상담에 대해서도 절망감의 심한 정도 등을 평가하는 ‘무망감 척도’ 평가는 수가가 적용됨에 따라 적절히 이용하면 수가가 높지는 않지만, 일부라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Q. 앞으로의 학회 방향 등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의사들을 교육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으로, 이를 위해 가이드라인과 설명 책자를 같이 만들어서 학회 회원들에게 배포할 수 있게 할 방침입니다.
 
또한, 언론 기사도 주기적으로 배포해서 우울증과 자살 생각에 대한 국민적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이 목표이며, 심리학자들과 사회복지 분야의 분들 등과 협업해 우울증과 자살을 생각하는 환자들에 대한 정보·소식을 빠르게 전달하고, 의사들이 나서서 자살을 생각하는 환자들을 조기에 발견·조치할 수 있는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 개발 등에 힘을 쓸 예정입니다.
 
 
Q.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자살률을 낮추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국민 계몽과 교육입니다. 자살에 대해서 올바르게 알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인지 알려줘야 합니다.
 
또 하나는 자살 예방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제대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만 활동해서는 자살률을 떨어뜨릴 수 없습니다.
 
실제로 외국의 여러 연구에서도 정신건강 전문가만 교육해서는 소용이 없었으며, 1차 의료기관 의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을 때 비로소 자살률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현재 정부에서는 우울증과 자살을 상당히 정신건강 분야로 좁게 다루고 있는데, 모든 의료인들과 모든 국민들이 함께 나서 개선하고 향상시켜 나가야 되는 것이 ‘우울증’과 ‘자살’ 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