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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중증환자들…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격

기사작성 : 2025. 06. 17.

 

홍승봉 교수
홍승봉 교수


무늬만 좋은 의료는 그 결과가 비참하다. 한국은 의료대란 이전에도 늘 무늬만 좋았다.

현실적으로 미국과 일본 진료 질을 따라갈 수 없다. 경증 환자는 어디서나 치료할 수 있지만 중증 환자는 갈 곳이 없다. 중증 환자는 더 자세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런데 중증 뇌전증은 그것만으로도 안 된다.

비디오뇌파검사실과 뇌전증 수술팀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선 전무하다. 중증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하고 지킬 수 있는지 여부가 그 나라의 의료수준을 결정한다. 아쉽게도 한국의 의료수준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병원 밖에서는 의료진과 소통이 불가능하고 응급실에서도 퇴짜 맞기 일쑤다. 입원은 교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한 환자는 올해 2월까지 수년간 한 병원에 다녔는데 정년 교수를 따라 다른 병원으로 갔다는 이유로 응급실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국내 빅4 병원 응급실이 대부분 그렇다고 한다. 과연 이게 의료인가.

미국은 다르다. 중증 환자 수술 후에는 주치의, 전담간호사와 환자의 대화방이 바로 만들어진다. 그 안에 검사, 수술 결과 등 모든 것이 들어있고, 문제 발생 시 바로 소통 한다. 이것이 미국 의료다.

의료의 질은 얼마나 포괄적인 진료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논문을 많이 쓴다고 의료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생명이 위태로운 매우 중증 환자(심장 수술 후 불안정한 환자 등)들은 병원 밖에서도 바로 의료진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될 수 있다. 

필자의 형도 심장 수술 후 생사를 오갈뻔 했다. 동생이 의대교수였기 때문에 겨우 살았다. 일반 국민이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형은 “요즘은 병원에 가는 것도 어려우니 그냥 집에 죽는 게 나을 것 같아”라고 하면서 병원 가기를 거부했다. 필자가 거의 강제로 둘러매고 응급실로 갔다.

보건복지부는 이제 복지부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보건복지부가 복지부동하면 국민이 죽는다. 죽음은 아무도 돌이킬 수 없다. 자리에 앉아서 권위만 내세우고 의료현장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데도 의료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나라 국민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지옥에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죽는다.

이번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 현장을 실제로 체험했고 환자가 의료장비, 인력, 또는 의사 실력이 모자라서 죽는 것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죽어서 몇일 동안 책상을 치면서 슬퍼했던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야 공무원들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의 무능과 무관심, 복지부동 때문에 질병으로, 자살로 수많은 생명을 잃었다. 이번에 장관을 잘못 뽑으면 앞으로 살 수 있는 수만명이 또 죽게 된다. 대통령은 이 사실을 꼭 인지해야 한다. 매우 중증 환자의 병원밖 관리 체계를 긴급히 세우고, 20년 동안 실패한 자살 예방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에서 가장 시급한 보건과제다. [뉴스W]



출처 : 뻔하지 않은 뻔뻔한 뉴스-뉴스W(https://www.news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