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뇌전증(腦電症)”은 뇌손상, 뇌종양, 뇌경색 등 다양한 원인으로 뇌신경에 과도한 전기가 흘러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거나 신체 경련이 발생하는 흔한 뇌질환이다. 국내에는 약 36만명의 뇌전증 환자들이 있으며, 이 중 30%(11만명)는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뇌전증 수술이 필요하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예측할 수 없는 경련발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빈번한 신체 손상, 화상 및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로 인하여 50% 이상이 우울증, 불안증을 가지고 있으며, 30% 이상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 환자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매우 크다. 따라서,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은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우울, 불안, 편견, 차별, 학교/취업문제에 대한 사회복지/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포괄적 뇌전증 치료(Comprehensive Epilepsy Care)가 필요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충분한 진료 시간(30분-60분)과 전문간호사/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 등의 인력지원으로 이미 포괄적 뇌전증 치료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매우 짧은 진료 시간 (3-5분)과 뇌전증 코디네이터(뇌전증 관리 수련을 받은 전문간호사, 사회복지사)의 부재로 포괄적 뇌전증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뇌전증지원센터는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를 통하여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문적인 의료, 사회복지, 심리, 법률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예산, 인력, 시설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
이제 한국도 환자들의 질병뿐만 아니라 마음과 일상생활까지 돌보는 포괄적 치료를 해야 하는 높은 경제 수준에 도달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뇌전증 환자들을 위하여 ‘포괄적 뇌전증 치료를 위한 의사 캠페인’을 국제뇌전증협회(IBE)와 함께 시작했다. 많은 의사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2025년에는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제도의 도입으로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서 포괄적 뇌전증 치료가 실현되길 희망한다.
출처 : 의학신문(http://www.bosa.co.kr)